아이센스 송도 본사.(사진=아이센스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이센스는 오는 3월 25일 '2021연도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아이센스는 지난 24일 주주총회소집결의를 공시해 ▲재무제표 승인 ▲현금배당 계획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에 대한 안건이 주총에 상정됐음을 알렸다.
아이센스는 혈당측정기기 제조 전문업체이다. 2003년 자가혈당측정기(SBGM) '케어센스'(CareSens)를 출시한 뒤 지속적인 기기 보완을 진행했다. 2021년 말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 42%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번 주총의 안건 중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아이센스가 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초작업으로 풀이된다. 이 건은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 확대'와 '황금낙하산 규정 신설'의 두 가지의 세부 안건으로 나눠진다.
이 중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한도 확대'의 경우 발행한도를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활용해 신사업 투자자금을 확보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아이센스가 추진하는 신사업은 연속혈당측정기기(CGMS) 개발이다. 아이센스는 지난 2016년부터 CGMS 개발을 시작했다. CGMS는 당뇨병 환자가 스스로 체혈 후 혈당을 확인하는 SBGM과 달리 24시간 내내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이다. 피부 아래로 미세 바늘 센서를 삽입해 10~14일 동안의 혈당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2019년 CGMS의 국내외 임상을 시작한 아이센스는 오는 2023년 CGMS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CGMS는 온도와 자외선 등에 민감하다. 따라서 제조부터 유통과정에 제약이 많은 제품으로 꼽힌다. 양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이다.
아이센스는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1140억 원을 빌리며 차입금을 한도까지 채웠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송도 제1공장의 증설하고 제2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다만 제2공장 신설을 위한 자금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센스가 공장 신설 자금을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조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채권자들이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향후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아이센스의 경영권은 위태로워진다. 아이센스의 대주주인 차근식 최고경영자는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총 17.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이 낮다보니 옵션부 사채 발행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센스는 경영권 보호기법 중 하나인 '황금낙하산 규정' 신설을 추진한다. 황금낙하산 규정이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적대적 인수로 사임하게 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전략이다.
실제 아이센스는 적대적 M&A로 이사가 쫓겨날 경우 대표이사는 50억 원, 사내이사는 30억 원의 퇴직금을 받아가는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번 안건이 통과될 경우 대표이사 1명의 50억 원, 사내이사 4명의 120억 원의 황금낙하산 비용이 아이센스 인수 자금에 포함되면서 적대적 인수 금액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아이센스의 IR담당자와 연속혈당측정기기 임상 현황과 공장신설 시기, 적대적 M&A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아이센스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CGMS 개발을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진행됐는가.
"2019년에 전임상(임상 바로 전 단계)을 끝내고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계획 승인을 신청했다. 식약처 승인을 받고 곧 바로 임상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환자 모집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유럽 쪽으로 임상계획 승인을 신청했고 승인을 획득했다. 아직 임상 진행은 하지 못한 상황이다."지금도 환자 모집이 안되는가. 임상 시작 시점은 언제부터인지.
"지난해 말부터 임상 환자 모집을 다시 시작해서 올 1분기면 마무리 될 것 같다. 2분기부터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럽도 독일에서 임상 환자 모집이 막바지 단계고 국내와 비슷한 시기에 본임상을 진행한다."CGMS도 임상3상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하는가.
"아니다. 사람 몸 속으로 투입돼 화학 반응을 발생시키는 일반 의약품의 경우는 임상3상까지 진행하지만 일반적으로 의료 기기 같은 경우는 임상2상까지 진행한다. 그리고 우리가 개발한 CGMS 같이 이미 시장에서 시판되고 있는 기기의 경우 기존 제품과 비교해 성능과 안정성만을 평가하면 된다. 이걸 확증임상이라고 하는데 이 단계만 거치면 임상이 마무리 된다."그렇다면 확증임상 기간은 어느 정도로 봐야할까.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으로 보시면 된다. 우리 목표는 올해 말까지 확증임상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CGMS를 판매하는 것이다."국내 CGMS 시장은 어보트(Abbott)와 덱스콤(Dexcom)이 과점하고 있는 구조다. 시장에 침투하기 위한 전략이 있는가.
"우선 시장 진입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건복지부가 2020년부터 제1형 당뇨환자는 CGMS 구매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가격부담으로 CGMS를 사용하지 않고 불편한 SBGM을 사용하던 환자들이 부담을 덜게 됐다. 이런 식으로 CGMS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경쟁 강도가 높지 않다. 그리고 기존 SBGM 사용 환자 중 우리 제품을 사용하던 환자를 대상으로 할인을 더 해주는 식으로 CGMS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SBGM 시장에서 우리 점유율이 지난해 말 기준 45% 수준이라 대상 환자가 많은 편이다."최근 황금낙하산 규정을 신설했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M&A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
"맞다. 최근 진단키트를 제조하는 SD바이오센서가 지분 매집을 통해 우리와 같은 CGMS 개발업체를 인수했다. 사실 우리에게 지분인수 제의가 들어왔지만 원하는 지분 매입가가 너무 낮아 거절했다. 또 우리가 전환사채 등으로 자금을 많이 조달했다. 향후에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고 시장에 풀릴 경우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결국 회사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황금낙하산 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SD바이오센서의 M&A 이후 씨젠이 아이센스를 인수한다는 소식도 있던데.
"소문이다. 씨젠으로부터 제의는 없었다. 진단키트 업체와 CGMS 사업은 시너지가 좋아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다."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