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IR] 서울대 박사가 나무를 키우는 '수프로'…해외 진출로 첫 '흑자'

나무에 '진심'인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 셋이 모였다
수목생산부터 조경공사까지 '수직계열화'…자연환경복원사업 진출
해외진출로 영업손익 첫 '흑자'…내년부턴 중국·북한에 나무 심는다

수프로가 진행한 마포구 신수동주민센터 벽화사업.(사진=수프로 제공)

수프로가 진행한 마포구 신수동주민센터 벽화사업.(사진=수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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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유통 전문기업 수프로에서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박사 출신들이 나무를 키운다. 2000년부터 시작해 벌써 22년째이다.

단순히 나무가 좋아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며 하나의 기업이 됐다. 2018년 수목생산부터 조경공사까지 하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해외 수목 수출이 늘면서 창사 이래 첫 흑자를 달성했다.

나무에 '진심'인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 셋이 모였다
수프로가 키우는 묘목.(사진=수프로 제공)

수프로가 키우는 묘목.(사진=수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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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로의 채일 대표와 이병엽 이사, 박철홍 전무는 모두 1968년 생 동갑내기이자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동기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당시 채 대표는 삼성SDS, 이 이사는 삼성물산, 박 전무는 현대건설에 각각 입사했다.

각자의 길을 가면서도 '나무 사랑'을 잊지 못한 그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함께 서울대 조경학 석·박사학위를 땄다. 이후 2000년 세 명의 박사는 나란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수프로를 설립했다.

박철홍 수프로 전무는 <더넥스트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나무가 좋아서 잘 키워보려고 모였는데 이게 사업이 되더라"며 "우리가 일하는 곳에 심어진 나무들이 질이 떨어지더라. 우리가 나무를 잘 키워서 공급하면 될 것 같아서 수프로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양질의 수목을 생산해 내기 위해서 짧게는 5년, 길면 15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고 100%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또 질 좋은 수목을 키워내더라도 중개업체가 존재하지 않아 수요자를 찾는데도 비용이 들었다.

박 전무는 "그냥 이론만 알고 책으로 공부하던 우리가 현장에서 나무를 제대로 키우고 공급해야 했다.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연 매출이 10년간 10억 원을 넘지 못했다. 2009년까지 입에 풀칠하며 나무를 키웠다"고 전했다.

현재 수프로의 강점은 조경수 생산·유통 정보 데이터베이스로 꼽힌다. 그들은 수목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정리했다. 전국의 1만 곳이 넘는 수요·중개업체 한 곳 한 곳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축적했다.

이렇게 쌓인 정보들은 타 업체들에게 진입장벽이 됐다. 박 전무는 "현재 수목 생산·유통을 제대로 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우리밖에 없다"며 "이 시장이 진입이 쉬운 것 같지만 막상 들어와 보면 단기간에 성공하기 어려워 모두 발을 뺀다"고 분석했다.

수목생산부터 조경공사까지 '수직계열화'…자연환경복원사업 진출
수프로가 진행한 부천 송내고등학교 벽화사업.(사진=수프로 제공)

수프로가 진행한 부천 송내고등학교 벽화사업.(사진=수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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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수프로에게 특별하다. 수프로의 사업에 반한 임현택 전무와 김윤호 상무, 윤승택 소장 등이 합류한 뒤 함께 준비한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첫 매출이 이 해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연환경복원사업은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조달청 등 공공기관에서 하천복원, 생태복원 등을 위해 조경을 전문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것이다. 공공 사업이다보니 기존 수프로의 수목유통 사업과는 규모 자체가 달랐다. 시장 규모만 6000억 원이 넘었다.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위해 조달청은 소규모 조경 업체들을 모아 입찰을 했왔다. 수프로도 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자연환경 보존 사업 대행자' 면허를 취득하고 조경 전문가들을 모아 사업부를 꾸렸다. 그리고 2016년 처음으로 자연환경복원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과정에서 조경 사업부와 수목생산·유통 사업부 간의 시너지가 빛났다. 입찰에 참여한 경쟁 업체들에 비해 입찰가가 훨씬 저렴했던 것이다. 조경을 위한 수목을 수프로 내부에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박 전무는 "우리도 모르는 새 수목 생산과 유통, 조경까지 수직계열화가 돼 있었다"며 "2016년 입찰에 처음 참여하는 만큼 경쟁사의 입찰가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내부적으로 수직계열화가 돼 있다보니 조경 비용을 낮게 써낼 수 있었고 이 때 우리 자연환경복원사업의 첫 매출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진출로 영업손익 첫 '흑자'…내년부턴 중국·북한에 나무 심는다
수프로가 진행한 키르키즈스탄 산림보전 역량사업.(사진=수프로 제공)

수프로가 진행한 키르키즈스탄 산림보전 역량사업.(사진=수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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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수프로는 해외진출도 준비했다. 외교통상부의 한국 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의 ODA(공적개발원조)사업 외주를 받아 ▲몽고 ▲중국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튀니지 등 5개 국가에서 녹화사업을 진행했다. 다만 원조사업의 일환인 만큼 수익은 크지 않았다.

박 전무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채우려는 생각으로 코이카 ODA 외주를 받았다"며 "사실 수익도 크지 않았고 향후 수목 관리를 위해 정기적인 파견을 나간 것까지 생각하면 엄청 적자를 봤다"고 전했다.

그러니 2021년 해외진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캄보디아의 산림 복구 업체로 선정된데 이어 우즈베키스탄의 산림 그린뉴딜 역량강화사업의 수목 공급자로 뽑힌 것이다. 원조사업이 아니라 해외 국가의 공공사업인 만큼 수프로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수프로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40% 증가한 193억 원, 영업이익은 52억 원을 기록하며 2020년 영업손실 93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수프로 창사 이래 영업손익 기준 첫 흑자이다.

박 전무는 "지난해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서 매출액 기준 100억 원 정도를 벌었다.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건 창립이래 처음"이라며 "그 동안 수프로는 국가 지원금과 서울대학교에서 나오는 지원금,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근근히 버텨왔는데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수프로의 해외 진출은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 북한을 신시장으로 꼽았다.

박 전무는 "중국이 발전하면서 내부에서 환경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조경 산업도 이와 발맞춰 매년 21~22%가량 성장하고 있다. 이미 시장규모는 60조 원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중국 조경산업은 향후 공공부문, 민간주택조경, 사막 생태복원으로 나눠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맞춤형 사업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북한 역시 산림황폐지가 200만 헥타르에 이른다는 연구가 있다"며 "우리는 이미 정부와 협력해 개성공단과 평양에 수목을 공급한 경험이 있어 향후 정부 정책에 맞춰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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