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더넥스트뉴스 IR공시 전문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그야말로 '블랙 프라이데이'이다.
미국증시는 지난 6월 17일에 기록된 올해 다우지수 최저치(29,653.29)보다 더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올해만 18.6%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하락은 다우지수에 그치지 않았다. 기술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의 낙폭은 금리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꼽히는 아마존,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기술주는 반등의 기회도 없이 연일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의 변심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매파성 발언이 단초가 됐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반복했다. 이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과는 전혀 상반된 발언이다.
이어 그는 경기침체에 대해서도 ‘일정부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향후에도 '자이언트 스텝'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시사했다.
파월의 변심은 미국 증시 하락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 22일 연준의 금리인상 점도표 발표와 파월의 '8분의 연설'도 잭슨홀 미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파월의장은 금리인상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하며 금리인상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또 1970년대 초인플레이션 사태까지 소환하며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분명한 금리인상의지를 설명했다.
잭슨홀에 이어 미 연준의 분명한 물가 대응 자세를 피력한 셈이다.
이러한 매파적 발언은 하방이 뚫린 증시에 연이어 두 번의 강펀치를 날리며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고 글로벌 증시도 하락장세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미국 CPI(소비자물가지수)의 둔화와 경기침체 가능성에도 연준이 긴축을 완화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무너졌고, 시장은 경기침체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과 금리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연준이 내년께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희망 역시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여기에 영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감세 정책에 대한 불안감 탓에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며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강달러 기조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미국발 끝이 보이지 않은 어둠이 드리운 셈이다.
악재에 악재가 더해지며 국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고 이는 증시의 약세에 힘을 싣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가혹한 금리인상은 미국의 문제가 아닌 신흥국 경제위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신흥국들은 달러의 유출과 통화 약세가 나오며 외환 수급을 걱정할 판국이다.
그나마 체력이 견조한 한국경제 역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우고 있다.
당장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구조상 달러강세로 수출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달러강세에 무역적자의 증가로 장기적 침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는 이유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은 전저점을 깨고 속절 없이 무너지며 개미들의 통곡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증시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 시점인 이유다.
글로벌 환율 문제에 직접 개입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부의 입김이 없이는 국내 경기에 더욱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이 빠른 시간에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와 공매도 일시금지, 증시안정자금의 투입도 우리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는 좋은 방안 중 하나 다. 다만 시점이 늦어져서는 안된다.
지난 수 십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러한 위기는 많았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위기는 항상 파멸로 이어졌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어둠이 가장 짙을 때 새벽이 오는 것처럼 작금의 위기도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다만 정부가 꼭 필요한 시점에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