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크리컬 산업은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아라'

최원철 회계법인 동행 대표회계사.

최원철 회계법인 동행 대표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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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에서 절대적인 명제를 찾는다면 단연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라'는 말이다. 주가가 낮을 때 매수한 뒤 주가가 오를 때 매도한다면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크리컬 산업(경기 사이클에 따라 변동하는 산업, 경기민감주)에 속해 있는 종목은 '비쌀 때 사서 쌀 때 팔아라'는 명제도 통한다. 여기서 비쌀 때라는 말이 지칭하는 대상은 주가가 아닌 밸류에이션이다.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 사고 낮아질 때 팔면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과 해운산업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2012년 현대중공업의 연간 밸류에이션은 100배가 넘었고 2014년은 14배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4년쯤이다. 그리고 2010~2012년 사이 주가는 역사적인 저점을 기록했다.

2010년 당시 조선업황은 바닥이었다. 2008년 리먼사태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있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고 물동량이 바닥을 쳤다. 물동량이 없으니 배가 필요하지 않았고 따라서 당시 대표 선박인 VLCC(Very Large Crude-Oil Carrier)의 가격이 6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선박 수요가 줄어들자 조선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0년 영업손실이 98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이 마이너스(-)였기에 밸류에이션은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다만 2010년 말 스마트폰을 필두로 IT(정보통신)기기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전세계 공장들의 가동률이 반등했고 물동량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조선사 수주가 살아나며 선박 가격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선박 수주가 최대치를 기록한 2012년에 VLCC의 가격은 8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2012년까지 조선사들의 실적은 적자를 이어갔다. 수주와 실적 사이에는 18~24개월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11년 수주한 선박이 매출에 반영되는 시점은 2013년부터였다.

따라서 2013년부터 조선사들의 영업손익은 흑자로 전환했고 밸류에이션은 점점 낮아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영업이익 2600억 원가량을 기록하며 밸류에이션이 20배 정도였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 4400억 원으로 밸류에이션 14배를 찍었다.

만약 현대중공업의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12년 초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수한 뒤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2014년 말에 팔았으면 600%가 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가 침체 뒤 회복세를 보일 때는 민감주를 봐야 한다.

최원철 회계법인 동행 대표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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