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더인베스트 IR전문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증권가는 이번 정부의 정책이 장기적으로 외국인의 자금 유입 감소와 MSCI 편입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지만 첫 날 증권가의 풍경은 우려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정부의 공매도 전면 금지의 시간을 되돌려 보면 2차전지 관련주의 개인과 외국인, 기관간의 공매도 전쟁에서 시작된다.
지난 5월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는 성장성에도 불과하고 공매도 잔고액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었다. 이어 지난 7월 중순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는 1조3753억 원까지 불어나며 공매도에 대한 제약의 목소리가 나왔다. 연초 500억 원대의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가 순식간에 20배 가량 증가하며 개인 투자자들이 세력화되며 이에 맞섰다.
당시 2차전지 주가는 일명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와 똘똘 뭉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증가하는 공매도에도 최고가(153만9000원)까지 급등하며 공매도 세력의 1차 항복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당시 해당종목에 숏을 친 홍콩, 싱가포르 등 헤지펀드들이 한국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 급등에 해고를 당했다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올해 3분기 실적 하락과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악재가 전해지며 2차전지 주식에 대한 공매도는 또 다시 급증했다.
에코프로 주가는 무차별적인 공매도 공격에 지난 11월 1일 주가가 최고가(153만9000원) 대비 반토막 이하인 59만 원까지 떨어졌다.
개인투자자들이 백기를 들어야 할 순간 공매도에 대한 대규모 반격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HSBC와 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장기간에 걸친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지난 5일 정부가 향후 6개월간 공매도 전면금지를 선언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정부는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에 따른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공매도 제도를 이참에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공매도 전면금지가 총선용 전략이라고 폄하하고 MSCI선진국 지수 편입 불가와 함께 외국인이 떠날 것이란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나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시장의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5.66%(134.03포인트) 급등한 2502.37로 지난 2020년 3월 25일 이후 최고 상승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57.40포인트(7.34%) 급등한 839.45로 장을 마치며 지난 2001년 1월 22일 이후 약 22년 만에 최대 상승치를 기록했다.
특히 공매도가 쏠려 있던 에코프로를 필두로 2차전지 주들은 이날 연달아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는 외국인 순매가 지난 5월 26일 이후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2차 공매도 전쟁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수세에서 우위로 돌아선 셈이다.
공매도 전면금지는 그동안 억눌렸던 개인투자자들의 개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공매도 제도는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전산화 등의 필요성을 공론화 했고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개인투자자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던 정책적 변화의 목소리를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조세형평성 비판을 받은 금융투자소득세, 증권거래세 과세대상 조정과 현행 상법 제382조의3 이사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개정 법률안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번 정부 역시 개인투자자를 위해 칼을 뽑은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번 정책이 정략적 공매도 금지라는 싸늘한 시각에도 개인투자자들은 거대 공룡들에 균형추가 쏠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총선은 이제 6개월도 남지 않았다.
1000만이 훌쩍 넘는 개인 투자자들의 숙원을 이뤄지기 위해 이제 다 같이 힘을 모을 때다. 투명한 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미군단의 함께 진격할 시점이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