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도체 업종에 있지만 SK하이닉스 주가가 삼성전자보다 월등히 좋은 수익률을 낸 배경은 고대역폭메모리(HBM)입니다. 물론 삼성전자도 코스피 수익률 대비로는 훌륭한 성과를 냈고, SK하이닉스 대비 시가총액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합니다. 그래도 시장은 현 시점에서 HBM의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한 걸음 뒤쳐져 있다고 판단했고, 주가 수익률 측면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냈죠.
SK하이닉스는 AI(인공지능) 가속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라는 막강한 파트너가 옆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품질 이슈가 없다면 SK하이닉스는 5세대, 6세대 HBM을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은 아직 엔비디아에 공급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없습니다. 향후 공급될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만약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더라도 SK하이닉스보다 많은 물량을 납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AI 시장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SK하이닉스와 맞설 수 있는 품질의 HBM을 개발함과 동시에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그 새로운 무기를 찾아낸 모습입니다.
첫 번째 편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현황을 알아봤습니다. 이어 이번 콘텐츠에서는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Q.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직면한 과제는.
Q. 삼성전자의 HBM 개발·양산 상황은.
Q. 삼성전자는 언제쯤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까.
Q.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근거는.
Q. 삼성전자의 HBM4가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으로 보는 근거는.
Q.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패키징)
Q.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CSP 자체 칩 개발)
Q.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온디바이스 AI)
Q.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무기는 무엇인가.(생산량)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Q.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직면한 과제는.
A. 2023년 삼성전자의 DS 부문 실적은 실망과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경쟁 업체에게 뒤쳐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올 4분기부터 2024년은 삼성전자에게 굉장히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해결할 첫 번째 과제는 여전히 더디게 진행 중인 과도한 재고를 해결해야 합니다. 둘째는, 기술적인 경쟁력 논란이 발생했던 DDR5와 HBM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며, 셋째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파운드리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또 마지막으로는 전대미문의 적자늪에 빠진 낸드 부문의 실적을 흑자로 돌리기 위한 대책과 전략을 보여줘야 합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2024년 매출액을 전년대비 16% 증가한 302.8조 원, 영업이익은 369% 증가한 34.2조 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악으로 기억될 2023년의 악몽에서는 벗어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의 모습과는 차이가 큽니다.
Q. 삼성전자의 HBM 개발·양산 상황은.
A. 202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HBM3(4세대 HBM)였습니다. 챗GPT 열풍으로 인공지능(AI) 서버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짝을 이루는 HBM이 주목받게 됐습니다.
다만 메모리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무게를 두면서 HBM 경쟁력 향상에 상대적으로 힘을 덜 쏟았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HBM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11월까지 주가 상승률에서 삼성전자는 20%대에 그친 반면, HBM3에서 발군의 성과를 낸 SK하이닉스의 주가 수익률은 삼성전자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두 회사의 주가 퍼포먼스가 이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를 인지했는지,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가장 첫 질의 답변을 HBM에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원론적이긴 하지만 가장 모범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는 11월 실적발표회 당시 HBM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HBM3와 HBM3E(5세대 HBM) 신제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HBM3는 이미 출하와 매출이 3분기부터 시작됐다고 4분기에는 고객사 확대를 통한 판매가 본격화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HBM 중 HBM3의 비중이 내년 상반기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HBM3E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해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이미 시작했다는 입장입니다. 샘플의 퀄 테스트가 완료되면 2024년 상반기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HBM3E 제품은 검증된 10나노급 4세대(1a) 공정을 기반으로 합니다. 따라서 생산능력 규모와 양산의 안전성은 확보될 수 있어, HBM이 급하게 필요한 AI 가속기 제조 업체들에게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요약하자만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HBM3 양산, 내년 하반기부터는 HBM3E 양산을 통해 시장 수요를 대응한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자의 고객사로는 AMD 등 10여개 고객에게 공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Q. 삼성전자는 언제쯤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까.
A. 삼성전자가 11월 HBM 개발 현황을 밝히고 고객사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주가는 요지부동입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원론적인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설명이죠. 실제 실적이나 보다 구체적인 인증 등의 요소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삼성전자의 말을 온전히 믿기 힘들다는 분위기 입니다.
결국 삼성전자와 시장 간의 시각 차이가 좁혀지기 위해서는 결국 삼성전자가 4분기 실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주가가 퍼포먼스를 보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저도 삼성전자의 주가 모멘텀이 나타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HBM을 개발하거나 공급하고 있는 기업은 디램 3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입니다. 이 중 SK하이닉스의 HBM3 경쟁력을 확고합니다. AI 가속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납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의 우수한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는 시장 지배력 강화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대응을 위해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앞당겼습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신제품 'B100'에 들어갈 HBM3E의 공급업체를 내년 1월에 확정할 방침입니다. 여기서도 SK하이닉스의 HBM3E가 사실상 독점 공급 업체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내년 하반기 새롭게 개발될 엔비디아 GPU에 HBM4(6세대 HBM) 공급 벤더사가 어느 업체로 선정될지가 삼성전자 주가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도 당연히 엔비디아의 HBM 공급사로 당연히 이름을 올리겠지만, 삼성전자도 공급사로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어느 정도로 뺏어올 수 있는지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퍼포먼스는 달라질 것이라 판단합니다.
Q. 삼성전자의 HBM3E가 엔비디아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근거는.
A. HBM 관련 수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신제품 'B100'과 'H200'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두 신제품에는 모두 기존 HBM3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HBM3E가 들어가게 됩니다.
엔비디아 'B100'과 'H200'에 탑재되는 HBM3E 공급사는 SK하이닉스가 유력하다고 봅니다. 또 점유율 역시 지난 제품과 마찬가지로 독보적인 수준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유는 엔비디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고객사와 개발 단에서부터 협의하며 제품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추가 공급 업체가 선정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예상보다 고객들의 수요가 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B100'과 'H200'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추가 공급사 선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의 HBM3E도 엔비디아 신제품에 탑재되면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