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스타트업IR연구소 수석연구원.
이미지 확대보기IPO 시장에 관련해 이 시장의 주요한 변수를 세 가지를 제시한다면 첫 번째는 기업 수, 두 번째는 공모 규모, 세 번째는 수익률이다. 특정 해를 기준으로 IPO에 나서는 기업 수가 많냐 적냐, 공모 규모가 크냐 적냐, 그리고 수익률이 높냐 낮냐를 기준으로 시장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올해 IPO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점은 단연 코스닥 벤처 펀드이다. 2018년부터 시작된 코스닥 벤처 펀드 열풍은 2021년 최고점을 찍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코스닥 벤처 펀드가 줄줄이 IPO에 나섰는데 공모 확정가가 희망가 밴드 상단을 넘긴 기업이 20곳이다. 작년에 6곳임을 감안하면 공모 과열 행태다.
특히 2차전지 소재·장비주의 공모가가 희망가 밴드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2차전지 관련주는 밴드 상단에 2000원 더 붙여야 한다는 말도 농담처럼 들린다. 실제로 시장 상황도 농담처럼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내년 상황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증시 부진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IPO 시장 규모 하락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우선 IPO 기업 수 측면에서 감소폭이 크다. 올해 총 120여개 기업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는데, 내년 예상 IPO 기업 수는 81개이다. 상장 철회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70개 초중반대의 기업이 IPO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공모 규모가 1조 원을 넘어가는 '대어급' 기업도 찾기 힘들다. 상장 일정 지연으로 내년에 IPO를 진행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중공업그룹, SK그룹의 계열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상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지 않는다.
수익률 측면에서 본다면 시장은 더더욱 좋지 않다. 올해 역대급 규모를 기록한 IPO 시장에서도 투자 후 한달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 연간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IPO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시장이 아니라 과일을 수확하는 시장이다. 잘 익은 비상장사라는 과일을 선(先)투자자가 따먹는 시장이란 말이다. 선투자자 입장에선 높은 공모가를 기록하면 기록할 수록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되지만 후(後)투자자의 수익률은 그 만큼 낮아지게 된다.
한 마디로 내년은 IPO 기업 수가 줄고, 공모 규모도 감소하고, 선투자자가 과실을 챙기는 시장 상황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유동성 회수가 기다리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일만 남았다. 투자자들의 상장 공모주 참여는 되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김민정 스타트업IR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