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플러스 본사 전경(사진=엠플러스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엠플러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차전지 자동화 조립장비 수주잔고는 1565억 원이다. 2020년 말 828억 원 대비 89% 가량 증가했다.
엠플러스는 2차전지 제조공정 중 조립공정에 사용되는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는 극판공정과 조립공정, 활성화공정으로 나눠지는데, 이 중 엠플러스의 장비는 조립공정의 전(全)공정에 투입된다.
특히 2차전지의 경우 크게 파우치형과 각형으로 나눠지는데 엠플러스의 조립공정 장비는 양 쪽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2차전지 조립공정 중 파우치형과 각형 모두에서 턴키(Turn-key)로 장비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엠플러스가 유일하다.
엠플러스의 성장은 2010년부터 SK온과 함께 했다.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중 후발주자인 SK온이 뒤늦게 협력업체를 구하면서 엠플러스에 손을 내밀었다. 엠플러스 역시 기존 2차전지 제조업체 밸류체인에 참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SK온이 내민 손을 잡았다.
2012년에는 SK온의 조립공정 1기라인 전체를 턴키 공급하면서 최초로 100억 원대 수주에 성공했다. 또 납품된 조립장비가 SK온으로부터 최우수장비로 선정되며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후 SK온의 중국과 헝가리 공장 등에서 대형 수주가 이어지자 폭증했다. 2018년 신규 수주량은 전년대비 105% 늘어난 1163억 원, 2019년에는 44% 증가한 1670억 원으로 뛰었다.
다만 SK온에만 집중한 탓에 실적 의존도가 컸다. 전체 수주량 중 SK온의 비중은 2018년의 경우 90.5%(1052억 원), 2019년은 91.8%(1533억 원)에 달했다. 이에 SK온의 투자 결정에 따라 수주량이 정해지는 리스크가 커졌다.
특히 2020년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진행되면서 수주량이 대폭 감소했다. 당시 SK온의 신규수주는 860억 원으로 전년대비 48.5% 줄었다. SK온이 소송 부담으로 충당금을 대폭 쌓으며 추가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출처를 다각화하고자 엠플러스는 해외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의 경우 조립공정 경쟁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업체로 눈을 돌린 것이다.
2021년 고객사 확대의 성과가 나타났다. 5월 노스볼트(Northvolt)로부터 58억 원 규모의 조립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현지 고객사 확보에 성공했다. 이후 같은 해 리비안(Rivian)으로부터 수주를 확보하고, 포드(Ford)와 폭스바겐(Volkswagen)과의 공급계약 논의를 진행했다.
해외 고객사의 확보로 증권가에서는 엠플러스의 수주잔고가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엠플러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3곳의 증권사(KTB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는 엠플러스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를 평균 1984억 원으로 예상했다. 또 영업손익이 2020년 적자에서 2021년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엠플러스의 IR담당자와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량, 영업손익 흑자전환, 신규 고객사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엠플러스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그 동안 단일 고객사 매출 비중이 너무 높았다. 최근에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한 것도 이러한 리스크를 인지했기 때문인가.
"맞다. SK온과 2020년 초에도 수주 얘기가 많이 오갔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리스크가 터지면서 수주량이 굉장히 많이 줄었다. 우리도 SK온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이미 2차전지 생산을 위한 밸류체인을 충분히 구축하고 있어서 틈을 파고 들기 어려워 해외 쪽으로 고객사를 알아봤고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신규 고객사가 북미 지역에 많이 몰려있는 것 같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 쪽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도 좋지 않나.
"중국 쪽에 고객사가 있다. 헝다 그룹으로 우리가 269억 원 수주를 했다고 지난해 초에 공시했다. 그런데 헝다 그룹이 최근에 부도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금 환수가 어려워졌다. 헝다 그룹과 같이 대기업도 이런 상황인데 중국 쪽 업체는 대금 회수가 어렵다는 리스크가 있어 적극적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지난해 고객사가 늘면서 수주 잔고도 많이 늘었는가. 증권사에서는 거의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주가 남았을 것으로 예상하던데.
"2000억 원까지는 안 될 것 같다. 아마 1900억 원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다만 지난해 제품 선적이 많이 밀리면서 12월에 납품이 안된 물량이 수주잔량으로 잡히면서 이연 될 경우 2000억 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건 이미 제조가 끝난 장비라 순 수주잔량으로 볼 수는 없고 보수적으로 1800억 원 정도 남았을 것이다."수주를 받고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리드타임은 어느 정도 걸리는가.
"보통 6~7개월 정도로 보시면 된다. 수주를 받아야 우리가 원자재를 사서 공장을 돌리고 장비를 생산한다. 이 기간이 보통 5~6개월 정도 걸린다. 그리고 선적을 해서 납품까지 한 달 정도 걸리는 기간이 지나야 매출로 인식할 수 있다. 다만 요즘 선복 확보가 어려워져 리드타임이 9개월 이상 걸릴 때도 있다."그렇다면 지난해 4~7월 사이에 해외 고객사들과 수주 계약을 많이 채결했는데 지난해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렇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제조는 완료했지만 선복 확보 문제로 12월에 납품이 안된 물량이 꽤 많다. 그 물량의 실적 반영시기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이 큰 폭의 변동이 있을 것이다."지난해 영업손익 흑자전환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
"맞다. 만약 12월 물량이 이연되서 올해 반영된다면 올해 1분기 실적은 굉장히 높게 잡히고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다만 이게 물류의 문제이고 수주잔량이 결국 매출로 반영될 수 밖에 없어 긴 기간의 실적을 봐주시면 좋겠다."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